그동안 네티즌 망명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 - 02 - 16

네티즌 망명지에 올렸던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관리자입니다.

이 사이트를 오픈한 지도 벌써 1년하고 7개월이 흘렀군요. 일명 "사망설"과 관련된 자료를 빠짐없이 수집하던 2008년 가을, 연예인 장 모씨의 죽음과 관련된 위험한 추측이 오가던 2009년 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의 배경을 파헤치던 2009년 여름, 그리고 한동안 꽤 조용하던 시간을 거쳐 어느새 2010년 설날을 보냈습니다.

모 카페의 주도로 이루어지던 대안 사이트 제작 프로젝트에 신경을 쏟느라 정작 "네티즌 망명지"의 관리에 소홀했던 때도 있고, 약속 드렸던 사이트 개편도 그 와중에 흐지부지되어 버렸고... 게다가,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문제 많기로 소문난 XpressEngine으로 게시판을 만드는 바람에... 끝도 없는 자잘한 버그들이 사용자 여러분을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큰 이슈가 없어서 그런지, 촛불의 동력이 빠져버린 탓인지, 뭐 거기에 덧붙여서 사이트 관리에 소홀했던 쥔장의 잘못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최근 두세 달 사이에는 올라 오는 게시물의 양과 질 모두 많이 추락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광고 지우기 바쁘네요.

한편으로는, 지난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이 사이트의 익명 게시물에 대한 권리침해 신고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약관과 신고 처리 요령을 만들어 두기는 했지만, 일일이 확인하고 처리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더군요. 어느새 귀찮다는 핑계로 타인의 저작물에 가위질을 해버리고 싶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더이상 "네티즌망명지" exilekorea.net 이라는 사이트가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도 듭니다. 이곳은 더이상 아고라를 대체하지도 못하며, 아고라를 백업하는 곳도 아니고, 아고라 내부의 분란(?) 뒤치다꺼리나 하는 사이트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자연히 조회수도 점점 줄어듭니다. 추천할 글이 별로 없으니 추천수도 줄어듭니다. 아고리언 여러분이 그토록 좋아하는 "베스트"도 더이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뭐 하나 크게 만들어 보자고 시작한 것 아닙니다. 이런 사이트 따위, 필요없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박아낸 졸작입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트, 그렇다고 딱히 회생시킬 묘안도 없고,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먹어치우기만 하는 사이트, 미련없이 버릴 수도 있습니다.

"rm -rf /"

그러나... 무려 1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글과 그림, 동영상들은 저의 것이 아닙니다. 보관해 드리겠다는 약속으로 여러분을 모셔왔기에, 제 마음대로 내려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자료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누군가가 2008-2010년 대한민국의 사회을 연구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귀중한 자료들이 이 사이트에는 아직 많이 묻혀 있습니다.

1년여 전부터 아고라글 퍼오기를 도와주기도 하고, 사이트 개편 프로그래밍 논의를 함께 하기도 했던 익명의 어떤 분이 뒤를 이어 주시겠다고 합니다. 재작년 겨울 사이트 개편 준비로 만들던 소스코드, 작년 여름 모 카페 프로젝트 준비하던 소스코드 등 어차피 그냥 묵히기보다는 오픈소스 공개라도 하려고 생각했던 프로그램을 정리하여 넘겨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약 10기가바이트의 망명지 데이터베이스도 모두 전달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용자 여러분의 IP 주소 등 민감한 부분은 제거하고, 게시물과 댓글만 정리할 것입니다. 단, 망명지에 올리셨던 글을 새 사이트에서도 직접 수정하거나 삭제하실 수 있도록 글 작성시 입력하셨던 비밀번호는 철저하게 암호화된 상태로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해시 함수 사용) 자신의 글을 관리할 저작권자의 권리는 지켜져야 하니까요.

더이상 제가 관리하지 않는 G모 님의 새 사이트는 3월 1일에 오픈할 예정이랍니다. Tor 네트워크를 사용하여 한층 강화된 보안을 유지할 것이라고 하니 (Tor 설명은 여기에) 네티즌 여러분을 보호한다는 처음의 목적을, 지금의 사이트보다 더 확실하게 이루어나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제 사이트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역할을 다른 사이트가 더 잘 해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요.

오픈 날짜가 되면 G모 님으로부터 자세한 정보를 받아 공지하고, 망명지 사용자 여러분이 쉽게 옮겨가실 수 있도록 포워딩 및 링크를 해 드리겠습니다. 데이터 이전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새 사이트에 사용될 소스 코드도 상당 부분 제 것이기 때문에 전환 과정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 때까지는 "네티즌 망명지" 그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잠깐이나마 쉬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지금은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되기에... 나중에 다른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그동안 이 버그투성이 사이트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그 : 망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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