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 06 - 09
※ 아정포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새 사이트 제작과 관련하여 요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포털처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토론 사이트라면 반드시 뉴스 서비스가 있어야 할 텐데, 이걸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들은 국내 여러 언론사와 계약을 맺고 기사를 사옵니다. (다음은 작년 여름 이후 조선일보 뉴스가 공급되지 않고 있지요. 덕분에 조금이나마 청정지역입니다 ㅋㅋㅋ) 근데 이건 돈이 꽤 많이 들어요. 한두 개도 아니고, 각 언론사에서 일일이 기사를 사와야 하니까... 허락을 받지 않고 기사를 긁어오면 저작권 침해가 되겠죠?
게다가, 언론사에 따라서는 기사의 품질이 엉망인 경우도 많고... 그걸 누군가가 일일이 분류해서 배치해 줘야 하고...
그래서 처음 떠올렸던 생각은, 언론사와 별도로 계약을 맺고 뉴스를 사오는 대신, 간단한 RSS 리더 기능만 도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언론사마다 뉴스 분야별로 RSS 피드를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기사목록을 무료로 공개하는 거지요.
예: 경향신문 정치면 RSS (익스플로러 6.0에서는 안 나옵니다.)
이렇게 공개된 데이터를 불러와서 기사목록을 작성하면 각 언론사별 분야별 최신기사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사본문까지 제공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사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링크가 되어야 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기사본문을 서비스하려면 돈을 많이 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작권 침해가 돼요.) 우리 사이트에서는 기껏해야 클릭수 측정해서 초기화면에 인기기사 배치하는 정도만 할 수 있지요. 게다가 뉴스에 대한 댓글토론은 우리 사이트가 아닌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문을 읽어야 댓글토론을 하잖아요. 근데 본문은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되니까) 이용자들이 꽤 불편해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단점이라면, RSS의 저작권이 매우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상에 RSS로 공개되는 컨텐츠는 누구나 퍼가서 써도 괜찮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2008년 초에는 한겨레신문사와 위자드닷컴 사이에 RSS 사용권을 놓고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였지요. RSS까지 돈을 받으려 하면 안된다며, 그때 꽤 많은 네티즌들이 한겨레를 비판하였습니다만 아무튼 이게 법적으로 굉장히 애매한 부분입니다. 트집잡기 딱 좋다는 얘깁니다.
이 방법의 유일한 장점은, 기사본문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되기 때문에 우리 서버의 힛트수가 줄어든다는 것... 그래서 우리 서버비용이 절약된다는 것... ㅋㅋㅋ
그러다가 이 사이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위키뉴스
이미 여러 번 얘기했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 재단에서는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려요) 백과사전 외에도 여러 가지 "위키"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 언어의 단어사전을 수록한 "윅셔너리", 무료 교과서 제작을 목표로 하는 "위키북스", 알려진 모든 종(種)을 수록할 목적으로 개설된 생물학백과 "위키스피시즈", 온라인 학습 "위키버시티" 등... 그 중에서 네티즌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뉴스 서비스를 표방하고 나온 것이 "위키뉴스"입니다.
현재 영어를 비롯한 27개 언어로 뉴스 서비스가 되고 있으나 1,000개 이상의 기사가 작성된 것은 14개 언어뿐이고, 한국어 기사는 단 한 건도 작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도 영어 이외의 대부분은 뉴스가 많이 뒤처집니다. 일본어판은 아직도 북한 핵실험 뉴스가 대문에 나와 있네요.
시답잖은 기사, 정권 눈치나 보는 기사, 편집장 맘에 드는 기사만 쓰는 언론사 뉴스, 안 받아와도 된다는 말입니다. 다른 기사들을 종합 분석하고, 거기에 현장의 경험까지 덧붙여 네티즌들이 직접 기사를 쓰는 게 훨씬 낫지 않겠어요?
지금 아고라만 봐도, 뉴스 성격의 글들이 꽤 많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듣기 힘든 소식들이지요. 이런 글들은 토론방의 열기에 파묻히는 것보다는 뉴스 섹션에 올려 주는 게 맞습니다. 또한, 토론방과 마찬가지로 뉴스기사에도 다른 네티즌들이 추천, 반대, 평점 등을 붙일 수 있도록 하면, 좋은 기사, 반드시 읽어야 하는 기사는 자연스럽게 "베스트"가 되어 첫화면 노출도가 올라가겠지요.
아이디어, 제안, 비판 모두 환영입니다.
국내 포털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검색"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로 생각을 해 봤습니다. 연예인 이름 검색하면 그 사람 사진과 함께 간단한 신상정보가 맨 위에 딱 나와주고, 그 밖에도 사용자가 검색한 단어와 가장 관련이 높은 정보 한두 가지를 맨 위에 따로 올려주는 기능이지요. 게시판, 카페, 블로그, 지식 등의 코너별로 검색하여 나오는 결과 말고요... 맨 위에 딱 하나 나오는 거...
사실 이건 외국 포털에서는 찾기 힘든 기능입니다. 구글에는 그런 거 없어요. 그냥 검색결과 목록만 쫙 나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최근 개발하여 굉장한 속도로 야후를 추격하고 있는 검색사이트 Bing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껏해야 구글에서 "I'm Feeling Lucky" 클릭하면 첫 번째 검색결과로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정도이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사용자들은 통합검색 했을 때 맨 위에 올려주는 "가장 정확한 검색결과"를 선호하는 듯 합니다. 정확하다고 추정되는 정보를 쭈욱 나열해 놓고 "알아서 선택하슈" 하는 해외 포털과 달리,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국내 포털들은 "요게 제일 정확한 거야" 라고 일일이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하고, 사용자들도 그렇게 떠먹여 주는 게 편리하니까, 그리고 실제로 꽤 정확하니까, 거기에 익숙해져 있는 거죠.
근데 이건 상당한 양의 접속통계와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으면 도저히 구현할 수가 없는 기능입니다. 게다가 어떤 컨텐츠를 어떤 검색결과 상단에 배치할 것인가를 놓고, 관리자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지요.
즉, 딱 잘라 말하자면... 다음이나 네이버처럼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보를 골라내어 검색결과 최상단에 보기 좋게 배치하는 것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이트의 짧은 역사와 제한된 인력, 비용으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터넷의 생명은 검색인데... 꼭 대형포털이 아니라도 어느 정도 이상의 정보가 모여 있으면 찾기 어려워지는 건 당연하고, 쓸만한 검색 기능이 제공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찾을 수 없게 되는데...
그러던 중, 구글에서 여러 가지 검색어를 시험삼아 입력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1-3순위 안에 위키백과가 나오더군요. (뉴스가 맨 위에 나오는 경우는 제외) 예를 들어 구글에 "이명박"을 입력하고, 그나마 통합검색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I'm Feeling Lucky"를 클릭하면 위키백과의 "이명박" 페이지가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해보시려면 다른 이름 쓰세요. 눈 버립니다 ㅡ.ㅡ) 이유는 간단하지요. 구글이 갖고 있는 방대한 접속정보와 인터넷 통계에 따르면 해당 검색어를 클릭하는 사용자들의 절대 다수가 위키백과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착안한 제안입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다시 한 마디로 정리하면, 통합검색 결과를 사이트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규정하지 말고,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작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이미 여러 번 언급한 위키백과(Wikipedia)가 최소한의 자본과 인력만으로도 세계 7위의 사이트로 급부상한 것은, 관리자가 자신의 알고리즘에 맞추어 컨텐츠를 제공하려는 일방적인 의사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정보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일반 네티즌들이 모든 컨텐츠를 직접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허용한 시스템 덕분입니다. 우리 사이트인데 왜 제3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꾸역꾸역 받아먹기만 해야 합니까?
대문에서 "환율추이"를 검색하면 바로 오늘 아침에 미네르바가 작성한 글이 1순위로 나오는 세상... 대문에서 "촛불집회"를 검색하면 각 지역별 집회일정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위키를 보여주는 세상... 상상만 해도 전율이 느껴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