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 06 - 06
※ 아정포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며칠 전 올린 글에서 지금까지 핵심멤버들이 몇 차례 헤쳐모여를 거치며 "거의 원점"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설명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결정된 사안도 몇 가지 있습니다. 뭐... 또다시 헤쳐모여를 해버렸으니... 무시해 버려도 무방한 결정입니다만... 그래도 상당한 갈등과 긴 시간의 고민, 연구, 조사를 거친 사안이니 웬만하면 이 결정을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새 사이트의 운영주체는
이 글에서는 결정 내용의 일방적 통보... 보다는... 어째서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으며, 왜 제가 개인적으로 이 결정을 지지하는지 그걸 설명하고 다른 분들을 설득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왜 국내보다 해외를 선호하는지는 이미 귀가 아프도록 들으셨을 테지요 ^^ 이 문제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제가 3월 15일에 올린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국내에 법인을 등록하면 국내법의 저촉을 받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악법에 시달리게 되지요.
반면, 표현의 자유가 발달한 미국, 캐나다, 서유럽 등에서는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니 사법 관할권에 있어서 다소 복잡한 문제들이 끼어든다고도 하지만, 아무튼 인터넷 사이트의 운영에 적용되는 법은 운영주체가 소재한 국가의 법이 가장 우선하지요. 전세계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사이트라고 해서, 전세계 법을 다 지켜줘야 한다면 말이 안 되잖아요? 사용자들이 어느 나라에 있든지, 미국이나 캐나다에 소재한 법인에 엉뚱한 책임을 지우기는 힘들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해외 사이트들은 자기네 동네 법만 지키겠다고 아예 이용약관에 분명히 적어 놓았습니다. 저는 법률전문가가 아닙니다만, 이런 걸 대문짝만하게 적어놓은 걸 보면 분명 효과가 있는 조항인 듯 싶습니다.
예) "미국판 싸이월드" 무려 2억 명의 회원을 거느린 Facebook의 이용약관
You will resolve any claim, cause of action or dispute ("claim") you have with us arising out of or relating to this Statement or Facebook in a state or federal court located in Santa Clara County. The laws of the State of California will govern this Statement, as well as any claim that might arise between you and us, without regard to conflict of law provisions. You agree to submit to the personal jurisdiction of the courts located in Santa Clara County, California for the purpose of litigating all such claims.
대강 번역: 이 약관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에 소재한 법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 약관은 캘리포니아주 법의 지배를 받고, 사용자와 Facebook 사이의 모든 분쟁도 마찬가지이며, 다른 지역의 법과 충돌이 있더라도 관계없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러한 모든 분쟁에 대하여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에 소재한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기로 동의한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해외 법인의 국내 지부는 어떻게 되느냐? 입니다. 구글코리아가 애매한 상황에 처한 것도, 해외 법인의 국내 지부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구글코리아는 현행법을 어긴 게 없습니다만 ㅋㅋㅋ 최시중씨가 이를 갈더니만 결국 아무 것도 못 건진 모양이네요.) 따라서 국내 지부 또는 "태스크 포스"의 역할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이 문제를 좀더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이트의 관리와 직결된 문제는 가능하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직접 담당을 해야 하겠습니다. 국내에서는 아무리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일만 해야지요.
이 카페 초창기에 "국민주식" 내지는 "쇼핑몰" 이야기가 많이 오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쇼핑몰 등의 사업으로 이윤을 남기는 주식회사 형태는 "아니올시다" 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경제위기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 문제라면 처음에 좀 손해보고 나중에 이윤을 내도 됩니다. 진짜 문제는, 해외 법인이 국내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지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면 더더군다나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어느 분 말씀처럼 "대통령도 갈아치우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벌이는 일입니다. 수시로 의견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에 핵심멤버들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버겁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짭짤한 수익이 끼어든다면? 사분오열되는 것은 시간 문제지요. 또한 이윤이 쌓이기 시작하면 우리의 본래 목적으로부터 점점 어긋나는 것도 시간 문제입니다. 표현의 자유, 정의와 평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주주와 경영진의 이윤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만 계속 서비스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돌아서서 보면... 다른 포털사이트들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그런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그 때 가서 "어차피 똑같이 될 거, 우리가 이 짓을 왜 했지?" 이렇게 후회할까 겁이 납니다. 이윤은 다 나쁘다,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만들자, 이런 얘기가 아닙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불필요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양하자는 것입니다.
예전에 10만원어치, 100만원어치 주식을 사겠다고 하신 분들...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ㅋㅋ 근데 아마 그 주식발행 조건이 "20년 양도금지" 비슷했죠 아마? 10만원어치 주식을 20년 동안 묵혀놓았다가 나중에 팔아서 떼돈 벌기를 원하십니까? 10만원어치 주식을 20년 동안 갖고 있으면서 매년 몇천원씩이라도 배당금 받기를 원하십니까? 그게 20년 후에 1억이 될지, 아니면 2년만에 부도나서 휴지조각이 될지, 어떻게 알아요?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은 바뀔 텐데... 워렌 버핏도 20년 동안 발 묶이는 투자는 안 해요~~ 그런 건 투자가 아니라, 그냥 돈 버리는 셈 치는 거죠. 나중에 팔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주식, 나올 가능성도 희박한 배당금에 매달리지 말고 그냥 그 돈 "기부"하는 셈 치죠? 안 그러면 쫀쫀하단 소리 들어요.
서류도 간단하고, 설립비용도 적게 들고, 세무서에서 귀찮게 구는 일도 드물고, 이래저래 편리하다는 얘깁니다. 해당 국가의 시민권을 가진 분 3-4명 정도만 발기인이 되어 주면 뚝딱 설립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우리의 상황을 고려하면 주식회사는 세무서에서 괜히 의심만 할 것입니다. 주주를 잔뜩 모아서 설립을 하긴 했는데, 주식만 팔았지, 실제로 수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나올 가능성도 희박하고, 결국 그 주식 판 돈을 경상경비로 사용하는 꼴이니 아무래도 모양이 안 나오잖아요? 평상시에도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 형태가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이쯤해서 태클이 들어올 것 같군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비영리 법인으로 포털을 운영하는 게 어딨어?" 하긴, 국내 최대의 포털인 다음과 네이버, 그리고 세계 최대의 포털인 구글, 야후, MSN 모두 주식회사로 운영되고 있지요. 개인 사이트로 시작했던 디씨인사이드 같은 곳도 방문자가 늘어나니 그걸 이용해 돈을 벌기 시작했구요... 우리가 알고 있는 비영리 사이트라면 서프라이즈, 민주주의 2.0 정도? ㅋㅋㅋ 그것도 딱히 비영리 사이트라기보다는 운영 주체가 개인이나 모임인 경우에 그치지요.
제대로 된 비영리 사이트는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여기서 퀴즈 하나 나갑니다. 방문자 수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사이트들 중에 비영리 사이트는 몇 개일까요?
정답은 1개입니다. 7위 위키피디아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해 봤을 때 하루 30억 페이지뷰라고 하던데... ㅡ.ㅡ;; 아무튼 무지막지하게 큰 사이트죠.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Wikimedia Foundation 재단은 전세계 사용자들의 기부금에 의지합니다. 대부분의 컨텐츠 편집을 사용자들이 알아서 해주니, 인건비도 많이 절약되지요. 일일이 감시하고 모니터링할 의무가 없는 미국이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아무튼, 비영리 법인이 대규모 사이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분명 가능합니다. 특히 해외에서라면 말이죠.
기부금은 어떻게 마련하냐구요? 주식 파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해외 기업의 주식을 사려면 대부분 전문 브로커를 통해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요? 해외 비영리 법인에 기부하려면, 신용카드 있는 분은 PayPal 등의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으로 결제하시면 간단하고, 국내 태스크 포스의 일환으로 후원조직을 결성하여 한 곳에서 모아서 송금해 줘도 되고, 그것도 아니면 그냥 3만원 들고 은행 가서 20불짜리 지폐로 바꾸신 후, 항공우편으로 보내셔도 됩니다. (우체국 직원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현금 부치는 거 싫어합니다. 혹시 잃어버릴 경우 책임지기 싫으니까 그러죠. 아무래도 현금이 불안하신 분은 외화수표로 바꿔서 우편으로 부치셔도 상관없습니다. 수수료가 좀 더 붙을 뿐이죠.)
아무튼... 후원에 관한 부분은 나중에 별도로 논의하기로 하구요. 해외 비영리 법인... 어떠세요?
혹시 해외에 거주하시는 분들 중, 새 아고라 사이트 운영주체의 발기인이 되고 싶은 분 있으신가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아일랜드, 스위스 중 한 군데가 좋겠습니다. 자격 조건은 해당국가 시민권이 있어야 하고 (즉 대한민국 국적이 없어야 합니다) 신분도 어느 정도 안정된 분이 좋겠고 (학생이나 무직은 좀 불안하죠) 몇 년 내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 없는 것이 좋겠고 (귀국하자마자 형사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일에 투자할 시간과 열정 (이름만 걸어놓는 게 아니라 실제로 법인관련 사무 처리를 많이 해주셔야 하기 때문에) 아고리언들이 입증해 줄 수 있는 깨끗한 경력 (프락치 사절) 동일 지역에서 함께 발기인이 되어줄 사람 2-3명이 더 있어야겠구요... 가능하면 이런 일에 좀 경력이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무나 시킬 수 없는 일이거든요.
※ 발기부전증이 있는 분은 발기인이 될 수 없으니 주의하세요!
※ 이 자리에서 발기인을 모집할 의도로 쓴 글은 아닙니다. 일단 주위에 좀 알아봐 주시고, 브레인스토밍 좀 해보자구요. 아무에게나 맡길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쉬운 일도 아닙니다. 열정만 앞서서 덜컥 결정해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특히 이렇게 여러 나라에 흩어져 인터넷으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댓글을 보니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덧붙이겠습니다. "일단" 비영리법인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상황을 봐가며 영리로 가자는 제안이 아닙니다. 한번 비영리는 끝까지 비영리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영리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위키피디아처럼... 그리고... 비영리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영리로 바꾸면 세무서에서 아주아주 싫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