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대안 사이트 구축에 관한 실제적인 이야기들

2009 - 03 - 14

아정포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네티즌망명지(exilekorea.net) 조나단입니다. 가입요건을 풀어주신 덕분에 해외거주자인 저도 드디어 가입이 가능하게 되어 우선 감사를 드리구요..... 다우버와 네티즌망명지에 며칠 전 제가 올렸던 글을 조금 수정해서 퍼옵니다. 한 며칠 뒤처진 얘기도 있고, 이곳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던 토론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좀 아닌 얘기다 싶으면 패스하셔도 좋습니다.

해외 거주자라는 이유로 아고라에는 글도 못 쓰고 있지만 ㅠㅠ 그래도 아고라에서 오가는 토론들은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습니다. 최근 나너너나님이 발제하신 다음 미러사이트? 다음주가폭락작전? 집단망명? 이야기가 눈에 띄더군요. 찬성하시는 분들도 꽤 많아 보입니다.

경방 링크들 참조:

나너너나님의 발제에 다른 아고리언들이 덧붙인 답글과 댓글들, 그리고 readme님의 보론을 읽어보면 몇 가지 가능성들이 나옵니다. 아래 글에서 무명학생님이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지만, 제 맘대로 다시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저는 공학도가 아니라서 1-가-(1)-2 이렇게 정리하는 재주가 없기 때문에, 그냥 최대한 논리적으로 나열만 해보겠습니다.

  1. 네티즌들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식을 매입하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자. (제 기억에 따르면 이게 원래의 제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래의 3가지는 여기에서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2. 주식값을 끌어내리기 위해, 또는 그냥 다음측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광고를 차단하는 등의 집단행동으로 다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두 가지 중 하나, 또는 두 가지 목적을 다 갖고 이 제안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3. 다음의 페이지뷰를 끌어내려 수익성을 악화시키기 위해, 또는 그냥 아고라에 붙어있기 짜증나니까, 미러사이트를 개설하여 그쪽에서 활동하자. (이것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 목적이 섞여있는 것 같습니다.)
  4. 그것도 아니면 아고라를 버리고 (예전에 네이버를 버렸듯이) 다른 사이트로 집단망명을 가 버리자.

다른 분들이 워낙 잘 설명해 주셨기 때문에, 1번과 2번에 대해서는 딱히 제가 덧붙일 내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작은 규모로나마 대안사이트? 또는 해외망명지? 를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3번과 4번에 대해서는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몇 마디 덧붙이려고 합니다.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실 때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죄송하지만 좀 길어질 듯 하니, 마우스 휠에 기름칠 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무명학생님이 힌트를 주신 것처럼, 미러사이트는 저작권 분쟁의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물론 국내 네티즌들의 정서에 따르면, 아고라와 같은 공개된 게시판에 올린 글은 별도의 공지가 없는 한 누구든 퍼가도 되는 것이 관례입니다. 개인 블로그나 카페, 다른 커뮤니티로 아고라 글을 퍼갔다고 불만을 갖는 아고리언은 별로 없지요. 오히려 많이 퍼가 주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미러사이트는 개인이 개인의 글을 퍼가는 차원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사이트 전체를 복제하는 것이므로, 글쓴이 개인이 펌질을 허용한다 해도 다음컴 측에서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니, 확실히 불만을 가집니다. 미러사이트의 목적이 다름아닌 아고라로부터 사용자들을 떼어놓는 것이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조그만 웹 크롤러(crawler)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아고라 글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닥치는 대로 다수집하는 건 아니고, 베스트에 오른 글들만 수집하고 있습니다. 2008년 1월부터 9월까지 아고라 베스트에 올랐던 글 22만여 건은 다음측이 삭제해 버린 것을 제외하면 모두 갖고 있습니다. 10월 이후 베스트에 올랐던 글 8만여 건은 다음측이 삭제해 버린것까지 모두 갖고 있습니다. (작성 직후 삭제된 글은 미처 퍼오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가끔 ×××님의 글이 검열당한 것같아요~ 라는 얘기가 들리면 제가 수집한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글을 찾아 네티즌 망명지에 슬쩍 올려주곤 합니다. 그러나 그건 개인적으로 퍼오는 것 뿐입니다. 제가 수집한 글 30만 건을 모두 어딘가에 공개할 계획은 없습니다. 그렇게 대규모로 작업을했다가는 바로 소송 들어오지요. 다른 네티즌들이 많이 얘기한 한미FTA의 독약조항들 중 하나가 저작권이잖아요. 미국에는 DMCA라는 법이 있어서, 온라인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면 아주 골치아파집니다.

그러니 실제로 아고라와 같은 토론 사이트를 놓고 우리가 가진 선택권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아고라에 남아서 정권의 검열시도에 대항하든지, 아니면 아고라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든지. 아고라에 남는 방법은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이 글의 주제와 관련이 없으므로 더이상 논하지 않겠습니다. 주식을 매입하든 광고를 차단하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네티즌 여러분들이 찾아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 아고라를 떠나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봅시다.

떠나자는 얘기는 진작부터 있었습니다. 아고라 탄압의 역사를 책으로 써도 될 만큼 많은 사건들이 지난 1년간 일어났으니까요. 때로는 베스트 시스템의 개악(改惡)으로, 때로는 대규모의 알바 투입으로, 때로는 무자비한 삭제신공으로, 때로는 운영자의 교묘한 조작으로, 그리고 이 모든 방법들을 한꺼번에 동원하여, 이 정권은 줄곧 아고라를 통제하려고 시도해 왔습니다.

그래서 작년 5월 말에는 아고리언이 생겼고 -- 처음에는 anti2mb.kr이었죠! 기억하시는 분? ㅋ -- 또한 9월 중순에는 노무현님의 주도로 민주주의 2.0이 오픈했으며, 저같이 해외 망명지를만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고리언과 민주주의 2.0 모두 오픈 초기에 잠깐 주목을 받았을 뿐, 시간이 지나면서 네티즌들은여전히 만신창이가 된 아고라를 찾아 돌아왔지요. 국민포털을 만들자는 얘기도 잠깐 있었지만, 그것 역시 흐지부지된 듯, 더이상 소식이 없습니다.

민주주의 2.0이 오픈할 무렵, 옮겨갈지 말지를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 오가던 논쟁들을 기억합니다. 아고라를 버리자는 쪽과 그래도 지켜야 한다는 쪽이 팽팽하게 대립했지요. 그런 논쟁들도 곧 사그라들었습니다. 쓰러져 가는 아고라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친구가 되어버렸고, 그런 아고라를 두고 바람을 피우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거지요. (사실 바람피울 만한 대안 사이트도 없었지요.) 그래서... 촛불집회 현장에는 여전히 아고라 깃발밖에 없습니다. 혹시 아고리언이나 민주주의 2.0 깃발 보신 분있나요?

대안 사이트들이 인기를 끌지 못한 이유는 위에 링크한 readme님이 아주 예리하게 지적해 주신 것 같습니다. 오직 토론만을 위해 특정 사이트를 찾아갈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아고라 회원이 수십만이다 수백만이다 해도, 다음 메인에 걸리지 않으면 조회수가 얼마 안 나옵니다. 인터넷을 켜면 일단 포털에 접속하고, 인터넷을 끌 때까지 그 포털 안에서만 놀아도 별로 지장이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포털 문화입니다. 네이버, 네이트와 같은 대형 포털들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소규모 사이트들은 죽어가거나 돈 몇 푼에 인수되어 버리고, 우리 모두는 대형 포털에 의존하는 신세가 되고, 이러한 현상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인터넷을 켜자마자 다음에 로그인하지요. 로그인해 봤자 실명확인을 할 수 없어 글을 쓸 수 없는 저도, 일단 로그인은 합니다.

그러나, 다음 세계엔이 덜컥 폐쇄된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아고라가 문을 닫아서 우리 모두가 철거민 신세가 된다면? 사이버 공간에는 망루도 없고 짱돌도 없습니다. 문 닫은 사이트를 점거하고 앉아서 농성을 할 수도 없습니다. 사이버 철거민은 꼼짝없이 떠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4년 후 오늘까지도 아고라가 살아 있다면, 우린 외칠 수 있겠지요. 나는 전설이다! 우리, 아고라는 대한민국의 전설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하는 짓을 보고 있자면, 아고라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그저 반반인 듯 합니다. 사이버 모욕죄, 야당이 아무리 목숨걸고 싸워도 지금처럼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뿐인가요? 저작권법도 바뀐다고 하죠? 저작권을 핑계로 포털을 폐쇄해 버릴 수도 있다죠?

나머지 반의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그냥 막연히 얘기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아고라 폐쇄 당일에 누가 제로보드나 그누보드로 게시판 몇 개 뚝딱 만들어 놓고 "한저옵서예~" 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요. 물론 대안이랍시고 거창하게 계획만 세우다가 실제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면 곤란하겠지만, 제가 하려는 얘기는 막연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실행에 옮길수 있는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입니다.

일단, 아고라의 대안이 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들을 적어 보겠습니다.

  1. 정권의 압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워야 합니다.
  2. 아고리언들이 사용하기에 익숙해야 합니다. (readme님 글 참조)
  3. 좋은 글이 베스트 상위에 오르도록 하는 알고리즘이 필요합니다.
  4. 알바, 도배질, 물타기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토론 외에도 그 사이트에서 즐길 수 있는 다른 컨텐츠가 필요합니다. (readme님 글 참조)

너무 당연한 것들인가요?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한겨레신문에 보도까지 되었던 아고리언이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날을 저는 기억합니다. 작년 7월 말인가 8월 초였을거예요. 당시 핫이슈였던 "여성 사망 은폐설" 토론을 금지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사망 은폐설을 비롯하여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행위와 관련된 자료가 많이 모여 있던 "과잉진압방"이 예고 없이 폐쇄되어 버렸습니다. 운영자가 제시한 이유는, 누군가로부터 귀띔을 받았는데, 서버 압수수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갑작스런 날벼락에 일부 네티즌들은 아고리언 운영자를 프락치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의 판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내 서버는 언제든지 압수수색이 가능하고, DB를 빼앗기면 민감한 글을 올린 네티즌들의 신원이 모두 노출되니까요. 그러나 그 후 아고리언의 사용자 수는 급감했습니다. 진정한 대안 사이트가 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한토마, 서프라이즈, 민주주의 2.0도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등을 빌미로 정권이 간섭하기 시작할 경우 국내 사이트는 그 간섭에 떠밀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전경한 부대 몰고 와서 서버 뜯어가면 끝입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처럼 다양한 수입원과 수백만의 사용자가 담보되지 않았으니 오히려 통제하기가 더 쉽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켜주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즉, 국내 사이트는 어디라도 1번 조건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안사이트를 만들려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해외 사이트: 구글과 야후 등

이럴 때 제일 먼저 나오는 이름이 구글과 야후입니다. 그나마 다음과 비스무레한 포털의 형태를 띠고 있고, 규모도 상당히크고, 게시판도 있으니까요. 글로벌 기업이니까 정부에서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거라는 믿음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얼씨구, 야후코리아를 하루만 둘러보시면 이런 꿈은 개박살이 나고 맙니다.

그래도 구글은 괜찮을까요? 구글의 사훈(社訓)은 "Don't be evil"입니다. 나쁜 짓 하지 마! 라는 뜻이죠. 초간단하지만 필요한 건 모두 있는 검색서비스, 메일서비스, 그리고 블로그 운영자들에게 짭짤한 수입원이 되는 광고서비스 등으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회사입니다. 지금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돈이 남아돈다고 하지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 독점으로 맨날 욕을 얻어먹고, 야후는 1년 전부터 경영난에 허덕이며 언제 어느 회사에게 넘어갈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구글은 상대적으로 건전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 착한 회사이지요? 우리를 도와준다면 참 좋겠지요?

그러나 구글은 2번 조건에서 완전히 떡실신합니다. 구글 아고라에 가보신 분은 아주 절실히 느끼실 거예요. 모든 서비스를 초 간단하게 전세계 똑같이 만드는 것이 바로 구글의 마케팅 원칙이자 브랜드 파워이기 때문에, 우리가 뭘 특별히 요청한다고 해서 아고라 같은 걸 만들어 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별로 보도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구글도 한 꺼풀 들쳐보면 그다지 착한 회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나쁜짓 하지 말자고 사훈에 적어 놓고, 해외에 나가서는 은근슬쩍 치사한 짓을 많이 하고 다니더군요. 작년 여름 인도에서는 정부인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이 체포되었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된 인터넷 접속 기록을 구글이 인도 정부에 넘겨준 탓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 나라에서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동생이 관련된 성매매 업소를 고발하는 뉴스 영상이 구글 소유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차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지요. 영장이나 정식 협조요청도 없었답니다. 경찰청에서 전화 한 통 때리고 "그거 지워주셈"하니까 구글코리아 사장이 굽신굽신거린 거죠. 당시 구글 본사에서는 반대를 했다지만, 본사에서 반대해 봤자 무슨 소용이예요? 한국사람들이 접속하는 곳은 구글코리아인데...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요 며칠 전에는 영국 음반업계와의 마찰 때문에 영국 사용자들에게 유튜브의 모든 뮤직비디오가 차단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구글 검색하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사이트는 하나도 검색 안 되는 거 아시죠? 나쁜 짓 하지 말자고 해 놓고선, 그 밑에 조그만 글씨로 조건이 달려 있는 모양입니다. 현지 정부의협조요청이 있는 경우 순순히 말을 듣는다! 라고.

사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구글과 야후는 미국 회사이지만, 엄연히 한국에 법인을 설립해 놓았으니까요. 국내 법인은 국내법을 따라야 합니다. 말 안 들으면 정부한테 맞습니다.

무명학생님이 구글 크롬을 극찬하시던데, 이것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구글 크롬은 여러분의 인터넷 사용 기록을 고스란히 구글에게 넘겨줍니다. 여러분이 인터넷에서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는지, 무엇을 검색하는지, 구글은 낱낱이 다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날 견찰이 구글 코리아에 가서 "그 기록 내놓으삼" 했을 때, 구글이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만약 구글 크롬을 쓰고 계시다면 지금 즉시 옵션에 들어가서, 구글로 데이터를 넘겨주는 기능들을 모두 해제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구글 메일을 쓰신다면 다른 사이트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로그아웃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까지의 결론: 해외 사이트라도 구글이나 야후는 안됩니다.

물론 MSN (Windows Live) 등의 다른 해외포털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 법인을 가지고 있는 업체라면 국내법을 따르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정권의 압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해외 서버를 이용하여 직접 사이트를 구축

여기서 해외 서버 호스팅 업체라 함은, 대한민국에 어떠한 사업관계도 없는 100% 해외 법인을 뜻합니다. 해외 호스팅 업체들 중에도 국내에 진출해 있는 곳이 한두 개 있습니다. 이런 곳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또한 Amazon Web Service와 같이 한국과의 거래량이 꽤 있는 대기업의 자회사도 꺼림직합니다.

호스팅 업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실수를 하게 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해외 법인이라도, 소비자의 개인정보 알기를 길가의 개똥 보듯 하는 비양심적인 업체들이 많거든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와 같은 암적인 존재들... 한국 정부에서 적당히 뭐 하나 만들어 정보를 요청하기만 해도 아무 거리낌 없이 서버 기록을 넘겨줄 싸가지없는 업체들입니다. 특히 최저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파격적인 사양을 제공하며 멋모르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이 모양입니다. 이건 차라리 국내 호스팅보다 못합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해외에서 여러 호스팅 업체들을 사용하며 정말 별의별 것들을 다 보았습니다. 정말 믿을 만한 몇군데를 제외하면 중요한 사이트를 올려놓기 겁나더군요. 명예훼손 비스무리한 "불만"만 제기해도 알아서 슬슬 기는 쓸개빠진 놈들이 많습니다. 왜 그러냐구요? 사실관계를 알아보기가 귀찮거든요.

참고로 미국에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인터넷 컨텐츠를 차단하거나 글쓴이를 사법처리하기는 아주아주 힘듭니다. 우리 나라처럼 "잉잉잉~ 나 명예훼손 당한 것 같아~" 이렇게 징징거린다고 포털이 냉큼 삭제해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정식으로 법원의 명령을 받아와야 하지요. 표현의 자유를 최고 원칙으로 내세우는 헌법 수정 1조 (First Amendment)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소지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죄 판결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고라에서는 정부가 뭔가 거시기한 짓을 한 것 같다는 의혹만 제기해도 바로 삭제, 물타기 들어오지요? MB가 그렇게 존경하는 조지 부시 前대통령은 자기 이름대로 전세계를 조지고 부시고 다녔으면서도, 9/11 테러를 부시 일당이 조작한 거라는 무시무시한 음모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워낙 황당한 이론이라 대응할 가치도 없었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헌법 수정 1조가 무서웠던 게 아닐까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느니 무시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도 어떤 회사들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고, 사실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다른 나라 정부의 허접한 영어 공문을 덥썩 물어제낍니다. 이런 것들은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해외 서버의 단점

믿을 만한 업체를 찾았다고 치고... 해외서버의 단점이라면 일단 속도가 있습니다. 서버 자체의 사양이야 물론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빵빵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요새 인텔에선 6코어짜리 서버용 CPU도 나오더군요. 서버 한 대에 그걸 4개까지 넣을 수있습니다. 24코어 CPU에 고성능 메모리 64GB, 그리고 15K SAS 하드디스크 여러 개를 RAID 10으로 연결하면? 그런 서버 여러 대를 병렬로 연결한다면? 하루 수천만 페이지뷰는 식은 죽 먹기지요. 그러나 아무리 서버가 빨라도 한국과 미국 서해안 사이에 기본적으로 9,000km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 신호를 전달하더라도 눈에 띄는 시간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통신 기준으로 핑을 넣어보면 시애틀까지 130-140ms, 샌프란시스코와 LA 지역은 150-160ms 정도가 나옵니다. 빛의 속도로 미국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시간에, 중간에 거쳐야 하는 여러 스위치들의 처리 속도를 더하면 이 정도 됩니다.

그나마 서부는 가까운 편이고, 달라스나 시카고 등의 중부 인터넷 허브에 서버를 갖다놓게 되면 180ms 이상 걸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미국 동부는 210ms를 넘어가고, 유럽은 300ms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클릭한 손가락을 떼기도 전에 페이지가 번쩍 뜨는 인터넷에 익숙한 분들은, 100ms만 넘어가도 속도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써든어택 같은 슈팅게임에선 아주 살인적인 랙이 걸리지요. 성질 급한 분들은 페이지 로드할 때마다 1초씩 더 걸리는 게 짜증나서 포기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나라과 해외를 연결하는 인터넷망도, 인터넷 선진국이라는 자화자찬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입니다. 조금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이 도표를 보세요. 대한민국에서 해외로 연결되는 회선폭이 기껏해야 50Gbps입니다. 도표 작성일로부터 2년이 지났으니 좀더 나아지긴 했겠지만... 일본과 호주는 미국 서해안까지 테라급 해저케이블로 직접 연결되는데, 한국은 국내에서만 열심히 초고속인터넷 쓰고있습니다. (이런 면에선 참 폐쇄적인 나라예요...) 해외 사이트 좋아하는 소수의 네티즌들이 평소처럼 웹 서핑을 하는 데는 별로 지장이 없지만, 수만 명의 아고리언들이 모조리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여 활발한 활동을 한다면? 한국통신과 데이콤 등의 국제 회선관리자들이 꽤나 애먹을 듯?

물론, 옮겨가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상당수 떨어져나간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다 합해서 1-2Gbps 정도라면 전체 네트워크에는 별로 큰 무리가 가지 않을지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저보다 많이 아는 분의 정확한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차단 가능성

차단 가능성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야겠군요. 해외서버는 서버 압수수색이 어렵지만, 그 대신 도메인 필터링이나 IP 차단을 통한 접속금지 조치가 가능하다는 우려입니다. 지금도 국내에서는 북한 정부에서 개설한 여러 사이트들, 해외에 기반을 둔 성인정보사이트들, 그리고 이런 사이트들과 같은 호스팅을 사용한다는 죄만으로 덩달아 수많은 사이트들이 차단되고 있습니다. 중국, 동남아, 아랍권 국가들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인터넷 차단이 가장 심한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MB정권이 들어서기 전부터 그 모양이었고,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갈수록 심해질 것 같군요.

그러나 전세계의 컴퓨터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인터넷의 특성상, 특정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불가능합니다. 어떤 사이트들은 도메인만 필터링하기 때문에 컴퓨터의 DNS 설정을 바꿔주는 것만으로 우회 접속이 가능합니다. 어떤 사이트들은 IP 자체가 차단되어 프록시 서버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 밖의 다양한 차단 우회 방법은 네티즌 망명지를 참조하세요.) 패킷 분석을 통해 특정 컨텐츠를 차단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SSL 보안서버 구축으로 서버와 사용자 사이의 통신을모조리 암호화하면 되고, 이러한 우회 방법을 네티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은 아고리언들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게다가 사람에게는 호기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금지된 것일수록 더욱 찾고 싶어지는 법이지요.

프로그래밍 좀 하시는 분은 자동으로 프록시를 찾아 차단을 우회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할 수도 있습니다. eMule, BitTorrent 등의 P2P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에서 배포할 경우, 원저작자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우회 프로그램을이용하면 북한 관련 사이트에도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으로 엮어넣으려고 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습니다. 따라서 우회프로그램을 제작하려면 주의하셔야 합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우회 방법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용 방법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인터넷에 올려 두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까지 차단하려면 중국이나 이슬람권 국가들과 같이 완전무대포 차단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국제사회의 지탄은 물론이고, (자칭) 인터넷 선진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지위에 치명적인 누를 끼치게 되겠지요. 아무리 머리에 삽 하나만 들었더라도 거기까지 가기엔 좀 부담스러울 겁니다.

전문용어(?)로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팝가수 바버라 스트라이샌드가 2003년 자신과 관련된 정보 일부를 인터넷에서 삭제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네티즌들이 해당 정보를 더 널리 퍼뜨려 역효과를 얻은 사건에서 생긴 말입니다. 일명 "마녀사냥"으로 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하는 것이 우리 네티즌들의 "펌질신공"입니다만, 정권의 무차별적인 검열과 삭제 시도에 맞서는 데는 더없이 좋은 무기입니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존 길모어 아지배의 한 마디가 와닿는군요. "인터넷은 검열을 장비 파손과 똑같이 취급한다. 다른 경로로 라우팅하면 그만이다."

관리 편의성

해외에 서버를 둘 경우 관리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하시는 분도 있는데 (아고리언에서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군요) 이건 우선 서비스가 좋은 업체를 선정한 후에,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분이 관리를 맡는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저도 미국에서 조그만 서버를 하나 돌리고 있구요... 어차피 서버 관리에 필요한 기술적인 용어들은 모조리 영어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재수없는 업체들 말고, 실력있는 기술자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는 제대로 된 데이터센터라면 문제 발생시 언제나신속하게 대응을 해줍니다. 특히 KVM over IP가 지원되는 업체라면 재부팅은 물론이고 운영체제 설치까지 사용자가 직접 원격으로 할 수 있습니다. 전화통 붙들고 혀 꼬이는 영어 하며 복잡하게 설명하고 이것저것 요청할 필요가 그만큼 줄어드는 거지요.

단, 저작권 등과 관련된 분쟁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 주어야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미국인들은 사이버 모욕죄 같은 것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지만,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저작권 침해 신고를 하루 이틀 안에 처리하지못하면 대부분의 업체들은 서버 연결을 끊어버립니다. (여기서 "처리"한다 함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해당 컨텐츠를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해명하는 것을 뜻합니다.) 정권의 犬들이 이 점을 악용하여 껄끄러운 내용을 저작권으로 걸고 넘어질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금전관계 $$$

만약 해외에 대안사이트를 만든다면 비용 결제 방법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게 깨끗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시도했다가는 누군가 피보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있습니다. (물론, 누군가의 거액 출연으로 넉넉한 시작자금이 생긴다면, 금전관계는 일단 시작 후 몇 주에 걸쳐 논의해 가더라도 괜찮을지 모릅니다.) 아무튼, 아고라를 대체하자고 심각하게 마음먹고 운영하는 사이트라면, 고성능 서버와 엄청난 트래픽으로 많은비용이 필요하게 됩니다. 적게 잡아도 매달 수천 불의 고정 지출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아고리언에서도 쓴맛을 보았듯이, 광고를 이용한 비용 충당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라면 국내 기업들이 광고를 해주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정부에서 태클을 걸 가능성이 높지요. (최근 MB의 측근 누군가가 뉴스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정부 기관들이 앞다퉈 광고를 구입해 줬다는 엿같은 뉴스가... 한편 조중동은 아직 쓴맛을 덜 봤는지, MBC 광고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설쳐대는군요.) 구글 애드센스 등의 제3자를 통한다 해도 어차피 국내 기업들은 구글 코리아를통해 광고비용을 지불할 것이고,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그건 별로 믿음직스러운 방법이 아니니...

그렇다면 네티즌들이나 일부 양심적 기업의 후원에 의존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아고리언이나 언소주 같은 국내 사이트 및 단체들은 인터넷 뱅킹으로 쉽게 후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해외 사이트는 후원 절차라든지 투명성 제고 등에 있어 상당히 복잡해집니다.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스팅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일반 온라인 송금과는 차원이 다른 "해외 송금"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거야 원, 요새 환율도 장난이 아닌데... ㅠㅠ (국내 거주자가 사이트를 관리할 경우 그 사람 잡아서 족치면 끝장이므로, 해외 거주자 또는해외 시민권자가 사이트를 운영한다고 전제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경우 그 분에게 송금을 해야 하겠지요.)

페이팔 등을 이용하여 각자 해외로 후원금을 보내기는 불편하기 짝이 없고, 후원하기가 불편하면 후원하는 사람이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국내의 뜻있는 분이 자신의 계좌로 후원금을 모아 해외로 송금해 주려고 한다면 1인당 1년에 1만 불이라는 제한을 신경써야 합니다. (유학생이나 강부자들은 좀더 많은 금액이 허용되지요.) 사이트를 탄압하기로 마음먹은 정권이 그 분의 계좌를 동결시켜 버릴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그 밖

3, 4, 5번...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부분은 일단 빼겠습니다. 너무 길어지니까... 참고로 제가 나름대로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이 하나 있긴 한데, 네티즌 망명지에서 참고만 하세요. 지금은 혼자서 삽질하고 있지만, 그 삽질의 결과가 우리 네티즌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선사하는 데 조금이라도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어서 제대로 된 토론 사이트가 생겨나서 제 허접한 네티즌 망명지 같은 건 필요없게 되면 좋겠네요. 베스트 알고리듬이나 알바 차단법에 대해서는 무명학생님의 글도 참고하시고, 저도 생각이 나는 대로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태그 : 아고라, 대안, 사이트 구축

게시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