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길게 보고 갑시다... 아니면...

2009 - 06 - 26

아정포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간간이 제가 올린 글에 카페 회원분들이 달아주신 댓글을 보면, 다들 저 "조나단"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우선 죄송합니다. 기대만 잔뜩 부풀도록 만들어 드려서....

사이트 제작과 관련된 여러 가지 선결과제들의 연구 및 해결, 그리고 실제 제작 지휘까지, 이렇게 폭넓은 역할을 가장낮은자님으로부터 제안받은 지 오늘로 석 달이 되었습니다. 3월 26일... 6월 26일... 고작 몇 일 같았는데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러 버렸네요.

하나

몇 차례에 걸쳐 카페에 글을 올렸고, 다른 몇몇 분들과도 별도로 상의드린 바와 같이, 그동안 참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전폭적인 자금지원을 약속하셨던 분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속을 철회하셨고, 많은 기대를 갖고 초대했던 베테랑 프로그래머 분도 우리 카페와의 방향 차이 때문에 떠나셨고, 그 와중에도 의욕을 갖고 마구마구 밀어붙이기도 했고, 일정을 짜기도 했고,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사이트의 이름을 이 카페에서 결정하고, 디자인 컨셉까지 공모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만들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해외/비영리 등의 방향설정과 구체적인 사이트 구상뿐입니다. 추진했던 해외 비영리 법인 설립도 마땅히 도와주실 분이 나타나지 않아 여전히 미궁 속에 있고, 모금을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보채는 분에게는 위와 같이 모금주체마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양해를 구해야 했으며, 완전한 사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프로토타입이나마 하나 내세워 여러분들의 사기를 돋구고 싶었으나, 심지어 그것도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법인 설립과 같은 문제는 적당한 조건을 충족하는 인물이 심하게 부족한 탓도 있으나, 가장 큰 문제는 제가 도무지 이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요즘 계속 시간에 쫓기고 있습니다. 본업이 너무 바빠서 새 사이트 제작 관련 업무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열흘 전부터 불만이 쇄도하는 네티즌망명지 댓글 증발(?) 버그도 어떻게 건드려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생활이 여름 내내 계속될 것 같다는 사실이 저의 심각한 고민입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 "세계 아고라 정의 포럼" 새 사이트 제작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을 수 있을지... 저 자신의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큽니다.

저에게는 과분한 가장낮은자님의 전폭적 지지, 그리고 여러분의 기대어린 격려도... 이젠 단호하게 떨쳐버리고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더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다른 분에게 바톤을 넘겨드리는 것이 모두에게 더 유익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인 면에서, 아이디어적인 면에서, 그리고 그 밖에도 망명사이트와 관련하여 이것저것 연구해본 결과는 이미 모두 우리 카페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게시하였습니다. 더 덧붙일 것이 생각나지도 않는군요. 혹시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찾기 힘드신 분이 있을까 봐, 파일 하나로 합쳐 이 글 마지막에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9포인트로 빡빡하게 편집했는데도... 3월 14일부터 오늘까지의 글이 A4용지 약 80페이지 가량 되는군요. 아고라 대안사이트 구축 사업의 제작실무를 맡고 싶은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모금을 비롯하여 재정 관련된 부분에 관심이 많던 분들, 그리고 우리 카페의 7천 회원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사이트 구축 여부와 관계없이 거액의 펀드를 조성해 주십시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여기저기서 돈을 모아 주십시오. 그래서 향후 누구든지 믿을 만한 분이 나서서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사이트를 만든다면, 우리 카페가 그분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십시오. 돈이 없어서 못 하겠다는 얘기는 결코 나오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여기 계신 분들 상당수가 아고라 경제토론방 출신이잖아요 ^^ 돈$$ 문제는 여러분이 잘 해결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펀드가 조성된다면 저보다 훨씬 잘 하시는 분들에게 아찔한 동기부여가 될지도 모릅니다.

언론소비자주권 관련 단체를 비롯한 오프라인 촛불들, 그리고 지금은 많이 잠잠해진 해외촛불들과도 적극적인 교류를 모색해 주십시오. 이 분들의 도움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늦겨울 다음 세계엔 폐쇄로 뿔뿔이 흩어진 해외교포 및 유학생 네티즌들도 다시 끌어와야 합니다. 사이트 구축에 필요한 기술이 있는 분들, 이런 분들이 모여 있는 카페 등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시기 바랍니다. 뜻을 함께한다면 누구라도 관계없습니다. 단, 이 모든 과정을 100%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진행해 주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들만의 사이트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드립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사이트는 경방만의 사이트도 아니고, 아고리언들만의 사이트도 아닙니다. 특정 정당 지지자, 특정 정당 반대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사이트도 아닙니다. 모두에게 공정하게 열려 있는 사이트여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실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자들의 영악한 수법을 그대로 되갚아주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 그리고... 누군가는 불만과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꼭 밝혀야 할 의견인 것 같아 이 자리에 적겠습니다. 3월 말에 제작진 교체, 자료 유실, 도메인 선점 소동 등 열악한 환경 가운데 "결정"되었던 "iunia"라는 사이트 명칭은 더 늦기 전에 한번쯤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발음하기가 무척 애매하고 (아이유니아? 이유니아? 아유니아?), 타 포털 명칭에 비해 음절이 너무 많으며,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겠고 임팩트도 약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나중에 가입하신 분들은 전혀 모르실지도... ㅋ

물론 그렇다고 석 달 전에 합의본 것을 가볍게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벌써 아이콘 만들어 쓰는 분도 있으니... 그래도, 만약 더 좋은 것을 찾을 수 있다면 미련없이 나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완전한 것에 너무 정들어 버려서 더 큰 데미지를 입기 전에... 가능하다면 재검토를 부탁드립니다. 말씀드렸듯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만만찮은 반론이 있을 것을 감수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만약 재검토 결과, 그래도 "iunia"만한 게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것도 환영입니다.

대가 없는 나눔과 실천, 나너너나이즘은 심리적인 대가조차 바라지 않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내가 만든 사이트다, 내가 지은 이름이다, 내 뜻대로 운영되는 곳이다, 내가 돈을 보태어서 이루어낸 일이다, 라는 자부심...

만약 그게 이미 완성된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정당한 자부심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여전히 계획중이고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라면,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너, 우리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그들을 위해... 나의 알량한 자부심 따위는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어야 하지 싶습니다.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그 누군가의 길을 예비하는 자... 세례 요한(John the Baptist)의 자세로... 오늘도 그 이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떼려 무진장 애를 씁니다.

며칠 전... 가장낮은자님에게 드렸던 메일 일부를 퍼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나 다른 팀이 우리보다 더 좋은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면 팍팍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카페의 주도로 만들어진 사이트가 반드시 유일한 대안이 될 필요도 없고, 반드시 제가 만들어야만 한다는 주제넘은 자존심을 세우고 싶지도 않거든요. 규칙에 충실하면서 장군을 잡는다면, 마장이냐 포장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그 공간을 누군가가 어서 만들어주기만 한다면...

저 밑의 "타산지석" 글 말미에 붙였던 내용도 퍼옵니다.

우리 중 아고라를 죽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고라를 죽이고 싶어하는 유일한 족속은 MB정권이지요. 새 사이트 제작 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고라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한 극약처방이지요.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히어로 "V"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V는 죽지 않는다. 여러분 모두가 V이기 때문이라고. 경방에서 자주 들은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미네르바를 찾지 마라. 우리 모두가 미네르바가 될 수 있다고.
아고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고라는 agora.media.daum.net이라는 서브도메인에 묶여있는 곳이 아닙니다. 진실을 사랑하고 억압을 증오하는 우리 네티즌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라도 아고라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참고 기다려 주신 여러분들을 또다시 원점으로 돌려보내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종종 뵙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기적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제가 네티즌망명지보다 좀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위에 언급한 펀드는 제가 가져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ㅋㅋㅋ (희망사항!)

태그 : 아정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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