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 06 - 01
※ 아정포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의문점들로 요새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증폭되는 의혹과 끈질긴 검열/삭제, 그러한 대응 때문에 더욱 깊어지는 의혹... 근데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죠 아마...
오늘은 6월 1일입니다. 최소한 몇몇 분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날일 듯 합니다. 1년 전 오늘, 저는 촛불시위대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 소식을 듣고 조그만 블로그 DemocracyKorea.org를 개설하였습니다. 오늘로 딱 1년째가 되는군요. 1년 전 오늘, 한 평범한 아고리언은 그 무자비한 진압의 현장에서 뭔가를 목격하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른바 "6.1 사망설"의 시작이었지요.
예전부터 이곳 네티즌망명지에 들락거리던 분들은 아마 아래와 같은 사진들을 지겹도록 보셨을 겁니다.
"사망설"이 제기되자마자 아고라에서는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삭제행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논의 초창기에 나왔던 이야기들은 현재 흔적을 찾기조차 힘듭니다. 심지어 최초 목격자가 올린 사진들마저 누군가가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끈질긴 네티즌들은 부족한 자료나마 끝없이 파고들며 추적을 계속했지요. 한때 "사망설"이 아고라에서 금지단어로 지정되는 바람에 "망설", "망사설", "사랑설"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사건입니다.
대청호 변사체... 방상경의 정체... 경찰 동영상 짜집기 의혹... 위클리경향 정기자님의 연재기사... "청년의눈빛되어"님의 한겨레신문 광고... 그리고 연행... 지지부진하던 "또랑에든소"님의 재판...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어서도 "사망설"에 대한 의혹은 끊이질 않았고 아고라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조금이라도 깊은 논의를 하려고 하면 여전히 가차없는 검열과 삭제의 가위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상당수의 자료가 Agorian.kr로 옮겨지기도 했으나 그곳도 8월 초 "과잉진압 게시판"이 갑작스레 폐쇄되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7월 26일 네티즌 망명지를 오픈한 후 제가 제일 열심히 퍼다나른 것도 이 "사망설" 관련 글들이었지요. 다른 데서 구할 수 없게 된 자료들을 잔뜩 모아놓은 덕분에 작년 가을과 겨울에 걸쳐 그 자료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꽤 있더군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저는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결정적인 증거를 모두 먼저 차지하고 검열에 나섰기 때문에,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이 사건은 미궁 속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그 후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에 묻혀 정작 아고라에서도 이젠 거의 잊혀져 가고 있지요.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지켜야 할 공권력이 정권을 지키는 도구로 전락하여 국민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또한 그런 폭력을 자행한 당사자들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으며,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데 필요한 각종 증거마저 무차별적으로 검열, 삭제하여 우리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
네티즌 망명지의 "폭력사태은폐의혹" 카테고리에 등록된 6.1 사망설, 조계사 식칼 테러, 용산 철거민 참사, 그뿐 아니라 연예인 고 장모씨의 죽음, 그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까지... 얼렁뚱땅 때우는 이러한 행태는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바보같은 짓을 할 수도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고, 판단 착오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 일부러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때도 있고, 전체적으로 무능하거나 성질이 드러울 수도 있습니다 ㅡ.ㅡ;; 그래도 이런 븅신같은 정치인들 틈새에서 그나마 민주주의가 연명해 나가는 것은 우리 국민이 그들 권력자들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 C C O U N T A B I L I T Y
권리에 의무가 따르듯, 권한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책임을 져야 하고, 나쁜 짓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경우 정정당당하게 해명을 해야 합니다.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명하지는 않고, 자꾸 덮으려고만 검열하려고만 한다는 것은... 사건의 진실이 어찌 되었든 간에... 애초부터 국가 공무원으로서의 자질에 치명적인 하자가 있다는 증거이지요.
만약 "사망설"을 처음 제기한 "또랑에든소"님이 뭔가를 잘못 보았다거나 그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다고 해도, 심지어 모든 것이 의도적인 거짓말이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수 개월에 걸쳐 집요한 탄압과 검열을 당한 이 사건을 가벼운 해프닝으로 여길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2008년 6월, 아고라 탄압 Stage One. 그 한복판에는 "사망설"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테스트 케이스였지요. 현 정권이 대한민국 헌법을 헌신짝처럼 여기고 있다는 증거 Number One.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마땅히 상식적인 해명을 요구할...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아고라의 여러 추적자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합니다. 때로는 그 열정이 지나쳐 집착이 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추적의 끈을 놓쳐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도 했으나, 당장의 결과와 관계없이... 감시자로서의 국민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여러분이야말로 아직 이 나라에 희망이 남아있는 이유 중 하나랍니다.
2009년 6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