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 03 - 16
※ 아정포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지금 제작진을 중심으로 모금? 주식발매? 등의 다양한 펀드조성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방에 가보니 리드미님 같은 분은 거기다가 또 삐딱스레 딴지를 거시는군요. 그러나 리드미님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철학적? 논의가 아니라, 저는 현실적인 얘기를 몇 가지 해보려고 합니다.
격려가 되는 글은 아닐 것 같아서 일단 사과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이 카페에 제가 올려놓은 다른 글들을 보아도, 조금 지나칠 정도로 나쁜 가능성을 강조한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나쁜 가능성만 얘기하긴 싫습니다만,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어야 대비책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 제가 하려는 얘기는 예전 글의 뒷부분에서 "자금관계"와 관련하여 이야기했던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 글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질문 하나 넣겠습니다.
여기서 불법이라 함은 사기를 친다거나 테러음모를 꾸미는 것과 같은 불법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도덕적으로 헌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욕심에 눈이 먼 이명박, 강부자, 친일사대주의 정권이 자신들의 숫적(의석수) 금전적(재벌) 우위를 이용하여 멋대로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행위들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새 사이트의 운영자 여러분은 과연 얼마만큼의 불법행위를 감수할 계획이십니까?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우리가 미워서 베스트 시스템을 개악(改惡)하고 알바들을 그냥 둔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장이 명바기한테 뭐 하나 받아서 그럴까요? 만약 사장이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지지자였다면 아고라를 지켜줄 수 있었을까요?
만약 다음이 우리 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조금은 더 우리를 도와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권력기관의 횡포에 협조하지 않으면 사업하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 정권의 치사한 행위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습니다.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은 물론이고, 담당자의 구속과 사이트의 폐쇄, 보유자산의 압류 또는 동결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작권 관련글이 여러 번 적발되면 포털 전체를 폐쇄할 수도 있다는 악법을 딴나라당이 그냥 심심해서 만들었을까요? 맘에 안 들면 폐쇄해 버릴 수 있는 기초작업을 다지고 있는 것입니다.
언소주 같은 곳은 활동영역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신문을 구입하여 배포하고, 대낮에 합법적인 판넬전 등을 하는 것이지요. 아무리 현행법이 악법이라도 조금만 주의하면 견찰과 떡검이 물고 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고라와 같은 사이트라면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구체적인 질문은 "과연 우리가 하는 일을 불법행위로 규정할 수있을 것인가?" (if it happens) 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 불법행위로 규정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when it happens) 입니다.
서버만 해외에 설치한다고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프록시 서버를 이용하여 접속차단을 막는다고 사이트 운영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능한 정권이라도자신의 생존이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똑똑하고 야비한 술수를 사용합니다. 서버를 해외에 설치하고,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심지어 다른 글에 포인트님이 댓글을 단 것처럼 아예 운영진 전체가 해외에 상주한다 해도, 이 계획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남습니다. 여전히 국내에 걸려있는 자금줄입니다.
전쟁시에 적군 본진과 실제로 마주보고 싸우지 않고서도 적군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싶다면 적군의 보급선을 차단하면 됩니다. 넓게 퍼진 전선에서 장기간 지치지 않고 싸우려면 튼튼한 보급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적의 공격이나 천재지변으로 보급로 하나가 끊기면 다른 보급로를 개척해야 하고, 아예 여러 개의 보급로를 상시 유지하고 있으면 더 좋고, 최악의 경우 보급이 끊겨도 다시 보급이 재개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충분한 자원을 비축해 두어야 합니다.
웹사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뉴아고라가 우리의 바램대로 성장하여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1의 토론포털이 된다면, MB는 지금 아고라에 가하고 있는 압력의 몇 배를 우리에게 집중할 것입니다. 정권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법을 동원하여 우리의 무릎을 굽히려 할 것입니다. 모금이나 주식배당을 이용하여 조성한 펀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쉬운 타겟입니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신고만 해도 해당 계좌를 동결할 수 있는 거 아시죠?
우리가 조심한다고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검/경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면, 없는 죄도 만들어서 뒤집어씌울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한 분 잡혀들어가면 우리 뉴아고라의 펀드는 간첩의 공작자금이 되겠네요. 집회로 피해를 본사람들이 집단소송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집회를 공지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우리 뉴아고라도 보상금을 지불해야 되겠네요. 이거야 원, 저처럼 해외에 있는 사람도 무서워서 어디 귀국하겠습니까?
첫째,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비영리단체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의견이기 때문에, "수익원"이 아닌 "수입원"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특정한 수입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는 안 됩니다. 튼튼한 보급로가 여러 개 있어야 하나가 끊겨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선 어느 한 가지 상품에 올인하는 투자자보다는 위험을 분산시키는 투자자가 오래살아남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정권의 손이 닿지 않는 해외의 안전한 곳에 최소 3개월치의 운영비가 비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스위스 은행의 지하금고 얘길 하는 게 아니구요, 아무튼 대한민국 밖에 달러를 좀 쌓아둬야 한다는 얘깁니다.
셋째, 국내와 해외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채널을 두 개 이상 구축하여야 합니다.
엊그제 리드미님이 50페이지의 사업계획서와 1천 페이지의 종합계획서 얘기를 꺼내시자 제가 그딴 거 필요없다는 글을 올렸었지요. 그러던 제가 이런 글을 올리니까 마치 저도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들리나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말씀드린 것은 A4용지 한 박스짜리 종합계획서가 없어도 미래의 운영진 여러분이 며칠만 발품 팔며 연구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재벌과 마피아와 테러조직들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튼튼한 자금경로를 구축해 두었습니다. 우리라고 못할 게 뭡니까?
겉으로는 활짝 열려 있는 사이트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시스템의 핵심 부분은 철옹성처럼 구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난 8월 초 아고리언처럼 "압수수색이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하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얘기는 알아서 자제합시다" 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참고로 그 사건 이후 아고리언의 방문자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 이 글은 불법행위를 권장할 목적으로 쓴 것이 아니라, 만약 불법행위를 감수하면서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하실 경우 어떠한 결과가 있을 것인지의 막연한 가능성을 토대로 작성한 시나리오이므로, 이글을 읽는 네티즌 또는 수사기관 담당자 여러분은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필~받아서 실제로 불법행위를 하실 경우에 발생하는 결과는 제 책임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