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포 사이트 제작, 타산지석

2009 - 06 - 06

아정포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Prologue 1

아고라가 위험하다, 아고라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 아고라 대안이 필요하다, ○○ 사이트로 집단망명하자는 등의 이야기는 오늘 내일이 아닙니다. 지난 1년이 넘도록 대안사이트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온 터라, 이 카페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뭐야, 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니까요.

Prologue 2

일제시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위치는 어디였을까요? "상해"라고 대답하셨다면 너무 단순하게 알고 계신 겁니다. (사실 저도 최근까지 몰랐음 ㅋ)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4월부터 1932년 5월까지 13년간은 상하이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였으나,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폭탄 의거 이후 일제의 탄압이 심해져서 1945년까지 나머지 13년간은 항저우, 난징, 광저우, 충칭 등 중국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활동하였습니다. 위키백과를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참 좋은 글입니다. http://ko.wikipedia.org/wiki/대한민국_임시_정부

1919년 4월 상하이에서 설립된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유일의 임시정부였던 것도 아닙니다. 삼일운동 이후 국내외 곳곳에서 임시정부를 수립하자는 움직임들이 있었습니다. 위키백과에 나온 것만 해도 4개의 임시정부가 있었네요. 상하이, 블라디보스토크, 서울 등등... 여러 임시정부들을 통합하여 상하이 한 곳에서 힘을 합치기까지는 험한 길을 거쳐야 했을 것입니다.

아고라 스크린샷   2008년 6월 19일 아고라 스크린샷

자유로운 이야기터를 찾기 위한 우리 네티즌들의 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개의 임시정부가 생겨나게 된 계기가 1919년의 삼일운동이었다면, 여러 개의 대안사이트가 생겨나게 된 계기는 2008년 5월의 촛불시위와 아고라 탄압이었습니다. 지난 1년 넘게 아고라를 지켜보셨다면 수많은 사이트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아 오셨을 것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대안사이트들을 대강 한 번씩 둘러보고, 또다시 대안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모인 우리들이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1. 아고리언 (agorian.kr)

아고리언 스크린샷

2008년 5월 24일에 오픈한 사이트입니다. 처음엔 anti2mb.kr이라는 주소를 사용했지요.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아고라 대안사이트들 중 가장 먼저 오픈하여, 2008년 6월 한때 하루 방문자 몇만 명을 넘나들고, 수백만원을 모금하여 서버를 증설하기도 하였습니다. 아고라 검열의 절정을 이루었던 "여성 사망 은폐설" 관련 논의에 숨통을 터 주기도 하였으나, 7월 말 사망설 관련 논의를 자제해 달라는 공지가 올라오고, 8월 초에는 해당 게시판이 예고 없이 블라인드되어 많은 사용자들이 실망하고 아고리언을 떠났습니다. 그 후 도무지 예전같지 않네요. 그래도 최근에는 토론방에 글들이 꽤 올라오고 있는 듯 한데, 관리자님이 댓글베스트 등을 제대로 업데이트해 주지 않아 아직도 작년 여름 글이 최신으로 나와 있는 곳이 있습니다.

장점

단점

타산지석

2. 구글 아고라 (groups.google.com/group/googleagora)

구글 아고라 스크린샷

아고리언이 국내 서버라서 위험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2008년 6월 5일 "고라고리"님이 "구글 그룹스" 서비스를 이용하여 만든 간단한 토론방입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아고라와 같은 대규모 토론에 적합한 게시판 구조가 아니었으므로 사망설과 같은 중요사건 관련자료를 수집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현재는 거의 버려진 상태입니다.

장점

단점

타산지석

3. 글로벌 캔들스 (globalcandles.org)

글로벌 캔들스 스크린샷

2008년 6월 19일, 시애틀 촛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이트입니다. 그누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무렵 해외 여기저기에서 생겨난 촛불 그룹들이 온라인상에서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특히 이 해외촛불들의 외국어 실력을 활용하여, 국내의 촛불관련 뉴스를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 제공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7월까지는 매우 활발하게 뉴스 번역 등의 작업이 진행되었으나, 그 후 점차 활동이 줄어들어 지금은 시애틀 촛불 멤버들 외에는 이용하는 분이 거의 없는 듯 합니다.

한편, 아고라에서 얘기를 들은 분도 있겠지만, 한국 영사관 직원이 시애틀 촛불에 잠입하여 프락치 짓을 하다가 들켜서 꽤 복잡한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듯 하네요. 교민사회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면 아주 골치아파집니다.

장점

단점

타산지석

4. 서프라이즈 (seoprise.com)

서프라이즈 스크린샷

서프라이즈는 딱히 대안사이트라기보다는, 아고라와 "비슷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여기에 언급하였습니다. 자칭 "No. 1 정치포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구요 ㅋㅋㅋ 아고라에 비해 정권의 공격도 무디었고, 알바들의 출현 빈도도 비교적 낮았던 덕분에 지난 여름부터 몇몇 민감한 사안과 관련된 글들은 서프라이즈로 백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故 노무현 전 대통령 & 열린우리당 팬들만 잔뜩 모여 있는 사이트라는 느낌이 강했던 탓에, 정치색을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던 상당수 아고리언들은 서프라이즈와 일정한 거리를 두곤 했습니다. 우리 촛불들 중에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노선과 뜻을 달리하는 분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장점

단점

타산지석

5. 민주주의 2.0 (democracy2.kr)

민주주의 2.0 스크린샷

2008년 9월 19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토론사이트입니다. 아고라보다는 좀더 깊이있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전문적인 주제를 토론해 보자는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발제, 보론, 의견, 반론, 자료 등으로 글이 나뉘며, 주제 하나를 선택하면 꽤 깊이 들어갑니다. 이런 게시판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물론 상당한 연구가 들어갔겠지만, 아쉽게도 대다수의 아고리언들이 적응하기에는 너무 생소한 인터페이스였나 봅니다. 또한 그러한 인터페이스는 아고라처럼 실시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에는 부적합한 면도 있습니다. 너무 딱딱하다고나 할까요? 왁자지껄한 광장보다는 손 들고 발표해야 하는 회의장 분위기였지요 ㅋ 게다가 서프라이즈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짙었습니다. 물론 이 사실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하면 민주주의 2.0보다는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글을 쓰겠다고 말씀하기도 하였지요. 이런 방침이 과연 민주주의 2.0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서거 이후에는 사이트의 존폐 여부조차도 확실하지 않아 보이는군요. 안타깝습니다.

장점

단점

타산지석

6. 한토마 (hantoma.hani.co.kr)

한토마 스크린샷

한겨레신문이 운영하는 토론방으로, 아고라와 비슷한 토론방 시스템을 꿋꿋이 유지하고 있는 곳이지요. 아고라보다는 좀더 진지한 글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민주주의 2.0보다는 그래도 부담이 덜합니다. 뉴스와 연계되어 있어서 실시간 속보를 놓고 토론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입니다. 근데 제가 접속해 보면 진짜 느립니다. 해외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다른 분들도 그런가요? 정말 짜증날 정도예요.

장점

단점

타산지석

7. 다우버 (dauver.com)

다우버 스크린샷

2009년 1월 12일, "무명학생"님이 아고라에 소개하며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 사이트입니다. 자세한 소개는 여기... Ruby on Rails라는 최신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였으며, 미국에서 호스팅하고 있습니다. 다음, 네이버, 구글 등을 이용한 다양한 검색을 한 곳에서 할 수 있고, 외국 언론사와 온라인 번역서비스를 연결하여 외신기사를 쉽게 번역하여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미 여기저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한데 모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매쉬업"이라는 서비스 형태이지요. 이것저것 모아서 섞어서 독특한 뭔가를 만들어낸다...

다우버에는 아고라와 비슷한 형태의 "광장"도 있습니다. 간단한 토론방이지요. 올해 초에는 글이 꽤 올라왔고 저도 한두 번 다우버에 글을 썼습니다만, 3월 이후에는 거의 버려진 듯 하네요 ㅠㅠ

장점

단점

타산지석

8. 네티즌 망명지 (exilekorea.net)

네티즌 망명지 스크린샷

저의 허접한 작품입니다 (_ _);; 해외 서버를 사용하여 2008년 7월 26일에 오픈하였으며, XpressEngine(제로보드XE)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토론보다는 자료 백업, 저장, 보존에 중점을 두고 만든 사이트입니다. 이런 목적에 따라, "실시간 베스트"와 같은 기능은 전무하지만, 200여개의 주제별 분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성 사망 은폐설, 조계사 식칼 테러사건, 용산 참사, 그리고 최근 제기되고 있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피살설 등 정부의 검열과 삭제로부터 관련 자료를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은폐의혹" 사건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됩니다. 이러한 사이트 특성상, 작년 가을부터는 "IP 해시" 기능을 도입하여 글쓴이의 실제 IP를 알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글을 쓰거나 추천을 할 수 있고, 회원가입을 할 때도 메일주소 외에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아 사용자들의 신원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하고 있습니다.

"아고라 추출기" 프로그램을 배포하여, 아고라글을 쉽게 퍼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글 내용뿐만 아니라 첨부된 사진까지 모두 네티즌망명지로 복사가 됩니다. 또한 업로드 용량을 99M까지 허용하여, 중요한 동영상 자료 등을 보존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일반적인 이용패턴은 (1) 아고라에 글 올림 (2) 망명지로 퍼옴 (3) 아고라에서 삭제됨 (4) 망명지 글 주소를 여기저기 알려줌. 따라서 고정 사용자보다는 특정 게시물을 읽기 위해 다른 사이트에서 링크를 타고 오는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현재 아고라에서 삭제되고 있는 글이 얼마나 중요한 내용이냐에 따라, 방문자 수는 하루 2천 명 미만부터 6만 명 이상까지 마구 널뛰기를 합니다. 관리자 개고생이죠 ㅋㅋㅋ

장점

단점

타산지석

여기까지 일단 정리

Epilogue 1

혹시 "국민포털 설립위원회"라고 들어보셨나요? 작년 6월부터 8월까지 다음 카페에서 활동하던 그룹입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과 비슷한 것을 한 차례 시도하였다가 흐지부지되어 버린 사건이지요.

국민포털 설립카페 스크린샷 1

게시판을 둘러보시면 알겠지만, 전문가 그룹도 만들고 국민주주도 모집하여 뭔가 제대로 해보려는 듯 하다가 8월 말에 태스크포스(T/F)를 재구성한다는 공지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소식이 없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저는 모르겠네요. 주요 멤버들이 구속되었나요? 내분이 있었던 걸까요? 그냥 흐지부지된 걸까요?

국민포털 설립카페 스크린샷 2

대강 둘러보니 이 카페에서 작년 여름 두 달 동안 논의해 놓은 것은 (적어도 공개적으로 올려놓은 글은) 우리 카페에서 3월 한 달 동안 논의했던 것보다도 더 기본적인 부분밖에 커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우리와 비슷한 길을 앞서 걸어갔던 카페이니, 반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습니다.

Epilogue 2

이런 곳도 있습니다. "아고라 지킴이 카페" 아고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예슬아빠"님이 만든 카페입니다. 망명보다는 지금의 아고라를 지키자는 취지이지요.

아고라 지킴이 카페 스크린샷 1

다른 카페를 언급하며 누구를 공격하거나 경쟁을 부추길 의도는 절대 없습니다. 다만, 이 산만한 글을 맺으면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고라를 헌신짝처럼 버리기엔 우리 모두 아고라에 너무 정이 들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아고라는 대한민국 온라인 민주주의의 상징, 2008년 여름 전국을 달구었던 촛불의 중심지가 아닙니까? 1980년 광주의 한복판에 있었던 구 도청 건물처럼, 비록 다 쓰러져 가는 잡초밭이 되었어도... 우리는 그 상징성 때문에 차마 그 성지를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끝까지 아고라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이 있는 것도, 그래서 저는 백분 이해합니다.

우리 망명 사이트의 성공 여부는 위에 나열한 자잘한 "기능" 내지 "특징"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아고리언들이 적극적으로 새 사이트로 넘어와 주느냐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은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아닌... 때로는 우리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우리 마음의 문제이지요. 홍보? 당연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다른 카페, 커뮤니티들과의 연계와 소통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끼리만 사이트 만들어 놓으면 소용없습니다.

Necessity 1 : 아고라를 능가하는 사이트를 만든다.
Necessity 2 : 아고라 사용자들이 새 사이트로 넘어오도록 적극 권장한다.
Necessity 3 : 아고라는 우리의 적이 아닌 선의의 경쟁자, 우리의 뿌리임을 결코 잊지 않는다.

기억하시나요? 3월 초 "나너너나"님을 중심으로 처음 제기되었던 가능성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식을 매입하여 아고라가 우리 입장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드는 것이었음을... 어쩌면 이런 불황에 주식을 사는 것보다 우리 새 사이트가 훨씬 훌륭하게 그 목적을 달성하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용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제대로 해야지요. 안 그래요? ㅋㅋ

우리 중 아고라를 죽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고라를 죽이고 싶어하는 유일한 족속은 MB정권이지요. 새 사이트 제작 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고라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한 극약처방이지요.

브이 포 벤데타

이 가면의 주인공인 "브이 포 벤데타"의 히어로 "V"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V는 죽지 않는다. 여러분 모두가 V이기 때문이라고.

경방에서 자주 들은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미네르바를 찾지 마라. 우리 모두가 미네르바가 될 수 있다고.

아고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고라는 agora.media.daum.net이라는 서브도메인에 묶여있는 곳이 아닙니다.

진실을 사랑하고 억압을 증오하는 우리 네티즌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라도 아고라입니다.

태그 : 타산지석, 아고리언, 구글, 민주주의 2.0, 서프라이즈, 망명지

게시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