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 06 - 01
※ 아정포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조나단입니다. 원래는 지난 주에 글을 올리려 했으나 모두 아시는 것처럼, 지난 한 주간 국내 상황이 말이 아니었던 관계로........ ㅠㅠ
얼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이제부터는 사이트 제작과 관련된 일들을 최대한 공개적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보안 걱정에 쩔쩔매면서 서로 입단속만 시키다가는 도대체 아무 일도 안 되겠고, 몇 가지 핵심 사안들이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이제는 많은 분들의 힘을 빌려야 할 때이니까요.
이 카페가 개설된 지 벌써 석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실명인증이 되지 않는 해외회원이라 아고라에 글도 쓸 수 없고 카페 가입도 안 되던 제가 다른 분께 부탁하여 이런 글을 올리면서 턱걸이로 이 카페에 가입한 것도 두 달 반이 지났습니다. 제작진의 회의를 위해 네티즌망명지 보안서버 한 구석에 작은 공간을 내드렸는데, 그후 몇 차례 헤쳐모여를 거치면서 얼떨결에 꽤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_ _); 전해야 할 말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한꺼번에 썼다가는 저도 밤 꼴딱 새우고, 읽는 분들도 스크롤의 압박이 심할 듯 합니다. 그래서 며칠에 걸쳐 사안별로 짧게 짧게 나눠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물밑에서 논의해 온 것들 중 모두 아셔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몇 가지 적겠습니다. 몇 분을 거론하겠지만, 당사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혹시 누구 얘기인지 아시는 분은... 입에 자크 채우시기 바랍니다.
제가 이 일을 넘겨받은 것은 3월 26-27일경입니다. 카페에서는 사이트 명칭을 놓고 몇 차례 공모와 투표가 진행되던 시기입니다. 그 때까지 제작을 맡아주실 거라고 생각했던 팀이, 나너너나님과 다소 난감한 의견차이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카페에서 진행되던 공모와 투표글들이 삭제되어 버렸고, 사태를 수습하여 사이트 명칭 공모를 계속하려니 예전의 자료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그나마 생각나는 이름 몇 개를 일단 걸어놓고 또다시 의견을 받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었지요.
예전 팀에서 모집한 20명 가량의 멤버들(기술진)이 모여있었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방향 설정이었습니다. 먼저 큰 그림이 나와야 디테일을 그리든 말든 하죠. 게다가 몇몇 분들은 보안에 매우 민감한 상태였습니다. 그 무렵 몇몇 네티즌들에 대한 압수수색 사건도 있었구요. 감사하게도 우릴 도와주겠다고 자원한 분들을, 그런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대부분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부탁하겠다고, 이메일 연락처만 따로 받아두었지요. 혹시 섭섭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나중에 꼭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신뢰할 수 있는 몇 분만 따로 모여서, 4월 거의 한 달 내내 다양한 논의를 했습니다. 멤버들이 전세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던 탓에 하루에도 두세 번씩 메일을 주고받은 것 같네요. 그 때까지 이 카페 "집단망명"과 "사이트 구축 아이디어" 게시판에 올라온 많은 아이디어들을 정리하고 걸러내고, 서버와 운영주체, 법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어디까지 실현 가능한가? MB 정권 하에서의 현실적인 제약들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식 판매를 통한 자금 확보, 쇼핑몰/직거래장터, 비영리단체, 재단법인, 기타 온라인 서비스 제공 등, 비용 충당을 위해 이 카페에서 제시되었던 여러 아이디어들의 현실성을 고려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또 의견 충돌이 생기더군요. 역시 돈이 문제입니다 ㅡ.ㅡ;;
그러나 절대로 이기적인 주장 때문에 충돌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대의를 저버릴 사람이라면 애초부터 팀에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거예요. 당사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두리뭉실하게밖에는 설명드릴 수가 없습니다만, 의견 충돌이 있었던 부분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문제였습니다. 얼핏 보기엔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이트 형태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현실과 타협하더라도 MB 정권 하에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이것저것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그것도 그냥 이론적인 논쟁이 아니라 실명제 도입, 저작권 및 명예훼손 글에 대한 정책, 국내와 해외 각각의 법인형태 등 현실적인 사안들과 직결된 문제이다 보니 도무지 중재가 되지 않더군요. 멀쩡한 사람을 괜히 끌어들여서 서로 감정 상하기만 하는 건 아닌지....
그러다가 자금 및 법적 지원 쪽을 담당하기로 하셨던 분이 결국 포기를 선언하셨고, 저와 함께 사이트 개발을 총괄하기로 하셨던 분도 같은 날 동시에 제작팀을 빠져나갔습니다. 결코 그분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4월 제작팀에게는 처음부터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들 각자 최선을 다했으나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지 못한 것 뿐입니다. 따라서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말아 주세요.
아무튼 그게 4월 말이었습니다. 한 달간의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지요.
아니, 원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그 동안의 논의와 연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으니까요. 물밑 제작팀이 4월에 알아보았던 서버 관련, 법인 관련, 그 밖의 여러 가지 법적인 고려사항들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경험한 만큼 성장하고 배우게 마련입니다. 4월에 저희는 참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제가 앞으로 며칠간 여기에 올릴 글들도 두 차례의 불발을 거치며 배운 것들에 기초합니다.
5월 초 기준으로, 우리 카페를 비롯하여 최소 네 군데에서 대안 사이트 제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이트 제작을 위해 거액을 투자한 곳도 있고, 한두 명이 조용히 준비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원조 망명지 주인장이라 그런지, 이런 거 만들려는 분들은 꼭 먼저 저한테 신고를 하시더라구요 ㅋㅋ) 나머지 사이트들이 언제 어떤 형태로 오픈할지, 과연 오픈하기나 할지,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저 제가 알고 있는 이곳 "세계 아고라 정의 포럼"에서 추진하는 새 아고라 사이트에 신경을 쓸 뿐입니다.
5월 한 달은 제가 다른 일로 많이 바빴던 관계로, 사이트 제작과 관련된 일은 거의 진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빠져나간 분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른 곳에 연락을 취해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지난 봄 몇몇 언론에 보도된 후 한동안 붕 떠 있었던 이곳 카페 분위기도 점점 차분하고 나른해져(?) 가는 것 같더군요. 그래도 그동안 모아놓은 자료와 의견들을 머릿속에서 계속 정리하며, 부족한 조각들을 연구하고 채워넣었습니다. 계획이 좀 지연되면 어때요. 서둘러 이것저것 다 하려다 허접한 졸작 하나 만들어 놓고 사라지는 것보다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해야지요. 카페의 7천 회원들이 참을성을 갖고 기다려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곧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앞으로 다뤄야 할 주제들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